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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과 독후감 사이 어딘가] 정의의 시대 - 하얼빈의 총성
    일상/문화 2023. 6. 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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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려다 엉뚱한 일본인을 죽였다.
    그렇다면 나는 독립의병인가, 살인자인가.

     

     

    도발적인 띠지다.

    '엉뚱한 일본인을 죽였다.'에 눈길이 갔고,

    '독립의병인가, 살인자인가'에 마음이 갔다.

     

     


     

    이 작품은 희곡 작품이다.

    수식어구 없이 빠른 속도로 인물 간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책을 읽는 시선 역시 빨라졌다.

     

    속도를 따라 빠르게 읽히는 글이였으나 단연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

     

     

    작가는

    정보원의 착오로 인해 이토 히로부미 대신 다른 일본인 관료를 총격한

    '독립의군 중장' 정의태를 주인공으로 삼아

    개인, 사회, 국가가 가진 각기 다른 정의 간의 충돌을 그려낸다.

     

     

    일본제국주의의 불의에 대항해 총구를 겨누는 독립의병으로서의 정의와 

    무장하지도 않은, 그것도 의도하지도 않은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정말 정의였냐고 되묻는 신앙인, 혹은 보편적 정의를 추구하는 자로서의 정의가 충돌한다.

     

    "정의를 위해서 불의를 어디까지 정당화할 수 있을까" - 작가의 말

     

    주인공 내면에서 일어나는 큰 충돌과 함께,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독립의병 동지와의 충돌

    의태의 총격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난 일본인 여성과의 충돌

    주어진 법률 안에서 최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변호인과의 충돌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우면서도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려는 아들을 막고자 하는 어머니와의 충돌

    그 외의 수많은 충돌

     

    감옥 면회장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매번 새로운 정의가 등장하고

    매번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부딪친다.

     

     

    단단하고 강한 칼끼리 더 큰 소리를 내며 충돌하듯,

    서로 다른 정의가 충돌하며 큰 파장과 충격음을 일으킨다.

     

    이에 정의를 추구하는 행동의 이면에 대한 고찰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정의는 도래할 꿈의 왕국을 그려놓고, 그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인간을 수단으로만 이용했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했다. 그리하여 정의는 인간을 유린하고, 수탈하고, 죽이는 것을 합법화했다."

     


     

    이토 히로부미, 하얼빈, 독립의군 중장이라는  단어들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듯,

    정의태는 안중근 의사를 모티브로 태어난 캐릭터이다.

     

    그리고 정의의 시대라는 이 책의 제목은

    작품 속 주인공 의태가 투옥 중 집필한 미완 원고의 제목이다.

    뤼순감옥에서 안중근의사가 집필한 미완의 원고, 동양평화론의 모습과 겹쳐진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고쳐쓰기 전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의태가 아니라 안중근 의사였다. 하지만 '보편의 시선'으로 안중근 의사를 바라본다는 건 어쩌면 우리 시대와 민족의 '성역'을 건드리는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덕분에 민족의 역사와 아픔, 가치에서 조금은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게 서로다른 정의와 정의가 충돌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었다.

     

     

    다만 주인공 의태가 스스로의 정의에 대한 방향성을 확고히하는 시점이 생각보다 빨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의태가 새로운 등장인물과의 대화와 충돌에서

    새로운 정의를 발견하고, 기존의 가치와 새로운 정의가 내적 충돌을 일으키며

    정의란 무엇인지, 정의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수정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이 작품 속 의태는 비교적 빠른 시점에 본인의 방향을 결정하였다.

    그 이후의 충돌에서 사람 의태는 흔들리되

    의태의 정의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돌파해 나간다. 

     

    개인의 철학과 사유가 좌절과 발전을 반복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싶었던 내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 아니기에

    이러한 방향을 더 선호할 독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의의 시대 - YES24

    소설과 산문, 시와 희곡을 넘나드는 젊은 소설가 이우,그가 선보이는 도발적인 희곡작품 『정의의 시대』극단의 시대에 보편을 사유한다는 것소설가 이우의 신간 『정의의 시대』는 독립의병

    www.yes24.com

     

    첨언)

    그리고 띠지의 도발적인 문구에 혹해서 책을 집어들었던 나로서는

    주인공의 위기가 살짝 아쉬웠다.

     

    주인공이 총격한 대상이 '엉뚱한 일본인'이라기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일본인 부역자, 관료였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 정의태의 성격상,

    본인이 죽인 사람이 정말 말 그대로 '일반인'이였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정의고 뭐고 인물의 내부에서부터 무너져 내렸겠지만

     

    그 정도의 정신적, 가치관적 위기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던 나로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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